[법정속기록] '잘못된 만남' 최순실, 고영태 첫 법정 대면

입력 2017-02-06 18:28   수정 2017-02-07 09:09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 씨와 한때 그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간 ‘잘못된 만남’의 끝은 ‘폭로전’과 ‘설전’이었다.

두 사람은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서 열린 재판에서 만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9차 공판에서다. 최씨와 고씨는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대면했다.

최씨는 법정에 들어서는 고씨를 뚫어질 듯 쳐다봤지만 고씨는 최씨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았다. 한때 최씨의 최측근으로 여겨지던 고씨지만 이제는 확실한 ‘최순실 저격수’의 모습이었다.

최씨는 그동안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두 재단의 기획 및 설립은 각각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고씨가 주도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고씨 진술에 따르면 최씨는 재단 설립과 운영의 ‘몸통’이었다.

고씨는 “최씨가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임직원 선정부터 연봉 산정, 해임 등에 이르는 모든 인사업무와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향을 지시하는 등 재단 업무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재단 운영과 관련한 모든 권한은 최씨에게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더블루케이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고씨’라는 최씨의 주장에 대해선 “본인은 최씨에 의해 회사에서 속칭 잘렸다”며 “(최씨 주장처럼) 더블루케이가 내 회사였다면 잘릴 이유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씨 변호인이 고씨에게 “일일이 (회사 일에 관해 직원들의) 보고를 받은 것을 보면 증인(고씨)이 더블루K의 실질적인 운영자였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고씨는 “최씨 지시로 보고를 받은 뒤 그 내용을 최씨에게 보고했다”고 맞받았다.

고씨는 ‘기업으로부터 1000억원을 받아내는 사업계획안을 만들라고 최씨가 지시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최씨가 기업을 만나서 재단을 운영할 자금을 받는데 1000억원까지 늘려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답했다. 이밖에 5대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장애인 펜싱팀·포스코 통합스포츠단 창단 등도 최씨가 지시한 게 맞는지 검찰이 묻자 고씨는 “최씨의 지시가 없으면 제안서 자체도 만들어지지 않고, 제안서대로 이행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씨는 “최씨가 청와대 직원을 마치 개인비서 대하듯 했고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걸 직접 봤다”고도 진술했다. 박 대통령 의상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선 “처음엔 가방을 만들다 최씨가 직접 의상 만드는 팀을 짜보라고 해 시작했다”며 “대통령 의상을 만드는 비용은 최씨가 지불했다”고 증언했다.

최씨가 미얀마 K타운 사업에 참여해 이권을 챙기려 한 구체적인 정황도 고씨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고씨는 “최씨가 미얀마에서의 커피 사업에 관심을 가졌으며, 최씨와 함께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를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날 최씨는 고씨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도 설전을 벌였다. 검찰 측은 지난해 8월 최씨가 이씨, 고씨와 함께 한강 반포주차장 내 차 안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파일에는 최씨가 “미르재단 문제를 차 전 단장에게 떠넘기라”고 이씨를 회유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이 끝나자 최씨는 갑자기 “너무 억울해서 물어봐야겠다”며 발언 기회를 요구했다. 최씨는 “미리 휴대폰을 다 걷었는데 누구 전화기로 녹음을 한 거냐”며 따졌다. 이씨가 고씨와 미리 짜고 자신을 함정에 빠뜨려, 한미약품 컨설팅 관련 소송 변호사 비용 5억원을 요구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녹음했다는 취지였다. 이씨는 “계획적인 게 맞다”며 “(언론에 자신에 대해) ‘미친놈’이라고 얘기해서 (방어 목적으로) 주머니에 녹음기를 준비했다”고 받아 쳤다.

이씨는 또 차 전 단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것도 재단 운영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 나중에 차씨와 최씨가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길 게 두려워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단과 관련해 중요한 최종 결정은 모두 최씨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며 “재단의 실질적인 운영자는 최씨라고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상엽/박상용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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